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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20 하루의, 끝 (4)

하루의, 끝

2017.12.20 01:36 from ─열매



보고싶은 찬열아. 날씨가 춥다. 너무 추워서, 슬프다. 네 마음이 가늠이 가질 않아, 그래서 더 슬픈 날이야.



그 아이의 우울을 사랑했던 자신이 죄스럽다는 팬들의 말이 사무친다. 나도 어쩌면 그 애의 우울을 조금쯤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우울을 서정으로 풀어낼 줄 아는 감수성을, 그리고 그 방식이 음악과 글이라는 낭만을. 제 감성을 제 언어로 오롯이 표현하는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부러웠던 적도 있었거든. 아마 그의 팬들은 그 과정을 통해 극복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거야. 그래서 그마저 따뜻하게 지켜봐주었던 걸테고.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제 문장을 갈고 닦는 그 시간이 그 아이를 더 우울에 갇히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니. 열흘 전까지만 해도 눈 앞에서 노래하던 나의 별, 나의 영웅이 하루 아침에 그렇게 져버리다니. 감히 그 비통함이 상상조차 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10여년을 친숙하게 보아온 내가 느끼기엔 감성적이긴 해도 멘탈이 건강한 사람이라 생각했었어. 풍부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졌지만 나는 종'현이가 위태롭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때때로 깊이 침잠하기도 하는 제 감정을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나가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뮤지션으로 훌쩍 성장한 그를 보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소망을 품어보기도 했어. 이 다음에, 우리 찬열이도- 하면서. 제 음악으로, 제 이야기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던 그 애가 정작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 하고, 자신의 평안을 찾지 못 하고 홀로 처절한 시간을 보냈다는 게 믿고 싶지 않을만큼 슬프다. 타인의 슬픔마저 진심으로 끌어안아주려 했던 게 제 마음에 짐이 되진 않았을까. 타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동안 저 추운 건 어쩌지 못 한 그 이타심이 너무 서글퍼지기도 해.


어제 어떤 댓글을 봤는데 그냥 적당히, 물질적인 것들에 가벼운 만족을 느끼기도 하며, 그냥 그렇게 조금쯤 편하게 살았으면 좋았을걸. 너무 맑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라 행복하기도 힘들었던 것 같아 안쓰럽다는 말에 눈물이 터져 2시간을 넘게 내리 울었어. 그리고 차근차근 그 애의 음악, 이야기들을 거슬러보니 나 또한 종'현이에게 위로와 감동을 받았었구나 싶어 고맙고 미안하더라. 누군가의 말대로 쏟아지는 과소평가와 과대평가 사이에서 진짜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렇게 잔잔하고 고요하게, 그저 당연하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우리의 9년지기 별이 그렇게 졌다. 따뜻했던 그 애 생각에 아주아주 추운 밤이다.



사실은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아. 내내 떠올라 울적해하면서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아, 드문드문 느껴지는 생경함에 여전히 눈물이 솟는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녀. 그 애가 느꼈을 쓸쓸함을 생각하다, 남은 사람들의 절망을 생각하고, 그와 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결국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철저히 타인일 수밖에 없는 너와 나에 대해서. 너희에게 우리의 존재가 무엇일까. 우리는 어쩌면 숙명적으로 서로를 오해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껏 나는 그렇기 때문에 내 사랑이 숭고하다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래서 참 허망하기도 해. 너의 행복을 바란다며 기도해왔던 내 소망들이 어쩌면 너에게 짐이고 부담일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에 두렵고 괴롭다가, 대단히 숭고하다 생각했던 내 사랑이 아무런 힘이 없다는 자각에 슬프고 허무하기도 했다가.


그렇게 무수한 감정의 터널을 지나면서 생각했어. 우리 앞으로 더더욱 후회없이 사랑하고 오늘에 충실하자. 내일을 위해 너를 보채지도 말고 사랑을 핑계로 너에게 부담을 지우지도 말아야지. 나는 늘 너를 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모든 게 너를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내 착각은 아닐까 생각하게 돼. 너를 위한다는 게 뭘까.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하다보니 내가 너에 대해서 아는 게 참 없더라. 그래서, 지금의 네가 가장 원하는 건 뭘까.


항상 나는 내가 그리는 네 미래만 생각했던 것 같아. 평생 행복하게 음악하고 싶다는 네 소망을, 궁극적으로는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면서도 그 소망을 위해 가야하는 길과 방향에 대해서는 너와 내 생각이 같지 않은 것 같아 답답할 때도 있었어. 내가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게 된 것 같아 허무한 게 아니라, 내가 그동안 너만을 오롯이 바라보지 못 했던 것 같아서 그 날들이 후회스럽고 부질없이 느껴진다. 말로는 맨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면서 남들의 시선에 비칠 너를 고민하고, 다른 누군가의 기준에서 너를 재단하느라 진짜 네가 원하는 게 뭔지를 진솔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에게 책 잡히는 게 싫다는 핑계로 내가 먼저 너를 책 잡기도 했던 거 아닐까. 네가 원하는대로가 아니라 사실은 내가 원하는대로, 내 바람대로 너도 그렇게 원해주길, 네가 그렇게 살아주길 바래왔던 거 아니었을까. 너를 위한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 착각은 아니었을까.


세상에 너보다 중요한 게 어딨다고 자꾸만 다른 사람들을 신경 썼는지 모르겠어. 이제 다른 사람의 기준과 다른 사람의 시선에 너를 가두려하지 않을래. 이제 정말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너랑만 시선을 맞추며 오롯이 너를 사랑할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네가 들려주고 싶을 때에 언제든 들려줘. 좀 부족해도 좋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것도 늦지 않게 꼭 해 줘. 좀 아픈 말이어도 괜찮으니까. 울고 싶을 때가 있다면 눈물을 터트려도 좋아. 하나도 나약해보이지 않으니까. 문을 다 열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너랑 나 사이에 벽을 두지 말고 꼭 창을 내 줘. 창 너머로 진짜 너를 보고싶으니까. 언제나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나 또한 꾸밈없이 사랑할게. 이래놓고 또 며칠후면 나 혼자만의 소망에 너도 응답해주기를, 작은 욕심을 내게 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어찌됐든 지금까지보다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우리 사이에 아쉬움을 너무 많이 남기지 말자.


나한테 멋지게만 보이지 않아도 돼. 너라면 다 좋아. 혹시 네가 생각했을 때 내가 너를 진짜 너보다 너무 멋지고 좋은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대도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하지 말고,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도 느끼지 마. 그건 네가 나를 속이거나 너를 내게 꾸며서도 아니고, 내가 너를 오해한 것도 아니야. 그냥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콩깍지가 씌였다고 생각해 줘.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니까. 이게 다 사랑해서 그런거니까 내가 너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도 그냥 웃어 넘겨줘. 내 눈에 비친 너에게 너무 부담감을 느끼지 마. 너는 있는 그대로 충분히 멋지고 좋은 사람이니까. 사실은 내 콩깍지가 맞는건지도 몰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네가 훨씬 더 좋은 사람이고, 내가 그걸 알아본 걸지도 몰라.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해 줘. 내 세상에 너보다 소중한 건 없어. 늘 얘기하듯,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나한테 와 줘. 네가 힘들 때 네 손 꼭 잡아줄 수 있게 나한테도 기회를 줘. 나는 너로 인해 행복하니까 너도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꼭. 사랑해, 찬열아. 너한테 바라는 거 아무것도 없어. 그냥 지금처럼만 이렇게 내 옆에 있어줘. 순간의 감정에 취해 지키지 못 할 약속을 늘어놓는 게, 그 어느 때보다 두려운 밤이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어. 찬열아, 우리 오래 보자. 아무튼 오래오래.



너무너무 보고싶어, 찬열아. 어제 오늘 너를 떠올리면 드는 생각은 그것 뿐이야. 네가 아주 많이 보고싶다.

아무것도 아닌 내 마음이 다 이런데, 고인과 특별한 공감대를 많이 나눴을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모쪼록 마음 잘 추스리고 형아 너무 쓸쓸하지 않게 잘 보내줘. 그동안 고생했다고, 이제 정말 뒤돌아보지 말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하라고. 충분히 그럴 자격있는 사람이니까 꼭 편안해지라고.


그리고, 내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행복하면 더 좋겠다.

영원한 청년으로 남은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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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액딤액딤해 트랙백 0 : 댓글 4